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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적 공공 미술의 출범 - 치카노 벽화 운동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본 연구는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치카노 벽화 운동(1969-1981)의 사회적, 정치적 배경을 추적하며 이 도시의 벽화들이 치카노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재규정하고 있는 지 살펴볼 것이다. 또한 자생적 공동체 미술로서의 치카노 벽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기존의 미술과 미술관, 미학개념을 비평하면서 미술과 공동체와의 관계를 재구축하였는지 비평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연구의 첫 부분에서는 치카노 벽화 생산의 사회, 정치적 맥락을 살펴본다. 치카노 벽화들은 1960년대 말 ‘치카노 예술 운동’의 결과물들이었고, 치카노 문화 운동은 ‘민권운동’을 잇따른 문화적 투쟁의 일환이었다. 치카노 민권 운동은 남서부와 중서부의 도시 근로자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농장 노동자들, 그리고 당시 활발히 결성되었던 학생운동 속에서 성장했다. 특히 치카노 공동체들에겐 도시 문제가 가장 첨예했는데 경찰 폭력, 민권 남용, 저임금 고용, 갱들 간의 전쟁, 마약 복용, 정치적 권력의 결여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열악한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 일어난 ‘치카노 예술 운동’은 대략 두 시기[1969-1975, 1965-1981]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각각의 시기적 특징과 예술적 지향 목표 등을 고찰할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치카노 벽화 운동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살펴보고, 이를 미술의 공간 확장이라는 측면과 전통적 미술 생산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조망할 것이다. 치카노 벽화 운동은 도시의 낙후된 게토, 바리오(barrio)라고 불리는 치카노 마을들을 중심으로 뻗어나갔는데, 이는 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목소리를 정직하게 발산하고 정체성을 재규정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벽화의 제작비용을 지역 단체나 주민들이 직접 마련하였고 벽화의 구상에서 작업에 이르기까지 미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논의하고 종종 주민들과 협동 작업을 통해 벽화를 완성함으로써 공공미술의 새로운 도약의 단계를 열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정부 기금으로 출현되었던 기존의 멕시코 벽화(1920s)나 미국의 WPA 벽화(1930s)들과는 달리 지역주민들 또는 치카노 공동체의 자생적인 미술의지의 실현이었으며,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개인적 창조품이 아니라 작가는 주민들에게 협력자, 교육자로서 역할하게 됨으로써 작가 중심, 후원자 중심의 미술에서 탈피하여 공동체 중심의 미술로 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다. 또한 치카노 벽화에 드러난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분석하면서 이들의 형태와 도상이 어떻게 치카노 문화를 적극적, 생산적인 방식으로 재규정하고 있는 지 점검할 것이다. 사실 60년대 말 최초의 공동체 벽화는 흑인 작가들에 의한 시카고의 <존경의 벽The Wall of Respect>(1967)이었다. 그러나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테, 오로즈코 등 멕시코의 벽화 거장들의 유산을 이어받은 치카노 그룹의 벽화 운동은 흑인 벽화 운동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전문성을 띄게 되며 대대적인 규모로 확산되었다. 치카노 벽화에는 전-콜럼비아(Pre-Columbian) 이미지, 또한 에밀리오 자파타, 마틴 루터 킹, 존 F. 케네디와 같은 현대적 영웅들과, 경찰 폭력, 갱, 공동체 주민의 모습, 무덤, 가족, 파추코(pachuco), 바리오 가정, 멕시칸 가톨릭 도상들이 등장한다. 이들 소재들이 어떠한 벽화 전통과 기술의 힘을 빌려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카노 벽화 운동이 60년대 초까지 미국 미술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던 추상표현주의를 어떻게 전면적으로 공격하고 거부하고 있는 지 살펴본다. 당시 팝아트와 탈미니멀아트는 추상, 순수성, 형식주의 미학의 구현으로 간주되는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구상, 대중문화의 이미지 차용, 회화와 조각의 장르의 경계 파괴 등으로 비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미술은 다분히 제도권 미술계 내에서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이었고, 백인중심의 미국문화, 서구문화에 대한 재점검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엘 무비미엥토(El Movimiento)라고도 불리는 치카노 운동은 서구 중심의 ‘보편적’ 문화, 천재성을 강조하는 ‘개인’으로서의 미술가, ‘순수한’ 예술이라는 개념에 항거였으며, 추상에 대한 도전으로서 구체적인 리얼리즘적 이미지들을 삽입하고 있고, 또한 미술의 성역으로 간주되어온 제도권 미술관과 갤러리 공간에 대한 비판적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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