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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국주의와 1930년대 영국의 모더니즘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본 연구는 최근 서구 철학과 윤리학적 논의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수동성 이론 및 잠재성 이론과 양차대전 사이 영국의 문화적 상상력에 주목하여 당시 영국의 주요국가담론으로 부상한 소영국주의를 고찰하고, 1930년대를 중심으로 양차대전 사이 영국 소설의 정치성 및 윤리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언어적 실험성과 내면의식으로의 침잠으로 규정되는 모더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는 달리, 20세기 전반기 영국 소설의 상상력은 영국성과 영국적 공동체에 대한 치열한 모색과 강렬한 희구를 담고 있다. 계급과 지역으로 분열된 영국을 넘어 통합된 영국 혹은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모색하는 소설적 상상력은 E. M. 포스터(Forster)의 소설이나 D. H. 로렌스(Lawrence)의 소설에서 두드러지며, 이러한 영국 소설의 사회적 사실주의 전통은 인간의 내적, 심리적 현실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소설에도 나타난다. 특히 울프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을 비롯하여 양차대전 사이에 씌어진 여러 작가의 소설들은 전쟁의 위협 하에 놓인 채 이념의 대립과 제국의 와해 징후를 보이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첨예한 관심과 영국성의 기원 및 성격을 규명, 재정립하고자 하는 노력을 드러낸다. 양차 대전 사이 치열하게 영국의 국가공동체를 재규정하고자 하는 문화적 상상력은 소영국주의(Little Englandism)를 근간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양차대전 사이 영국사회와 문화에서 고립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영국성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기제로 떠오른 소영국주의의 정치성을 고찰하고, 국가공동체와 영국성을 재구성하는 담론으로서의 소영국주의에 내포된 문화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터(E. M. Forster), 오웰, 로렌스(D. H. Lawrence) 및 울프 등 영국의 모더니스트들의 양차대전사이의 서사적 상상력의 정치성과 윤리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1930년대 후반 파시즘의 위협과 전쟁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대두된 군비증강과 반파시즘 운동을 둘러싼 이념의 첨예한 대립은 영국의 모더니스트들의 민족국가 공동체에 대한 서사적 상상력과 정치성에 대한 치밀한 이해와 분석을 요구한다. 이들 모더니스트들의 양차대전 사이, 특히 1930년대의 글쓰기는 영국의 상황을 진단하고 분석하며 유토피아적 공동체에 대한 희구나 회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상황에 대한 소설”(novels on "the condition of England") 전통에 맞닿아 있으며, 고립된 개인의 의식, 내면으로의 침잠으로 정의되는 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및 이해를 요청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는 1930년대 영국의 국가동동체적 담론으로서의 소영국주의에 대한 이해와 소영국주의를 둘러싼 문화적 함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1930년대 영국의 상황에 대한 글쓰기를 주목함으로써 모더니즘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확장하고 서사적 상상력의 정치성과 역사성을 재고찰할 것이다. 특히 울프는 『세월』과 『삼기니』에서 “면역”의 정치성을 추구하는데,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정치적 세력과 담론에 공모하지 않음으로 얻게 되는 자유로움과 초연함, 그 정치성의 힘과 가능성을 신뢰한다.울프의 면역이라는 개념은 자칫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나 사회에 대한 피상적인 무관심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나, 이 개념이 울프의 글쓰기에서 개인의 내면적 자아에서 집단적인 삶으로 작가적 관심이 이행하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에 치열하게 열중하던 시기에 형성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개념은 개인과 사회의 정치적 관계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자아의 존재방식의 한 형식으로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존재 방식의 함의는 『세월』과 『삼기니』에서 탈자아적 서사와 급진적인 수동적 윤리성으로 구현된다. 본 연구는 1930년대 영국의 사회문화사에 대한 정치적 독해를 시도하고, 최근의 철학과 윤리학의 흐름에서 수동성의 윤리학으로 이해되는 아감벤의 잠재성 이론에 주목하여 울프의 사회문화사적 독해에 함의된 서사적 정치성과 윤리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의식의 흐름을 배제하고 “나”를 제거하여 탈개인적인 서사를 이룬 『세월』의 서사적 실험성이 주체의 의지와 무의지, 능력과 무능력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난 탈자아적 사유로서의 잠재성에 함의된 정치성에 맞닿아 있음을 고찰함으로써 서사의 미학과 정치성의 긴밀한 상관성을 연구하는 한편, 전쟁으로 치달아감으로써 반파시즘을 구현한다는 사회적 담론을 거슬러 반전과 평화주의를 모색하는 『삼기니』의 (비)정치성과 근본적인 수동성의 윤리학의 상관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울프의 반파시즘 사유를 보다 더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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