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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들의 조선학, 正典의 통국가적 구성과 유통 ―『天倪錄』,『靑坡劇談』소재 이야기의 재배치와 번역․재현된 ‘朝鮮’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이 연구의 거시적인 목적은조선의 고문헌들을 ‘조선’이라는 내셔널리티(조선민족의 심성과정신)를 대표하는 문학정전으로 규정해야했던, 게일의 조선고문헌에 대한 정전화 과정의 양상과 논리 그리고 그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조선학 담론을 규명하는 것에 있다. 게일에게 있어 조선의 문학정전은 한 나라 국민의 고유어, 즉 국어로 쓴 국문학이라는 이데올로기 및 제도에 의해 정전의 주변부에 놓이게 될 전근대의 한문 문장전범들이었다. 물론 음성(구어)과 분리된 이 한자․한문이라는 書記體系는 조선의 과거를 구성하는 학술 담론의 차원에서는 유효성을 상실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게일에게 이 한문문헌들은 문학, 민속학, 역사학을 위한 해석의 대상이나 사료라기보다는 원본을 그대로 번역․재현해야할 대상, 즉 조선인들이 물려받아야할 저술자의 사상과 정신이 투영된 작품에 가까운 것이었다. 무엇보다 ‘문화정치기’로 규정되는 1920년대를 전후로 한 식민지 조선의 문화적 변동 속에서 그의 조선학 담론은 조선의 근대문학담론에 대한 대항담론으로 점점 망각되어가는 조선의 한문전통이 지닌 전근대 문학정전으로서의 가치―중국 고전으로부터 얻은 문예적 심미감, 고매한 인격과 정치적 이상, 동양적 우주관―를 보존하려는 이념적 지향을 보여 주었다. 이 글에서는 이 이념적 지향이 형성되고 변모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조선의 고문헌(필기, 야담집)에 대한 최초 번역사례인 『조선설화』의 전후로 한 단행본 출판의 맥락을 고찰했다. 『조선설화』의 출판 이후 게일의 조선학 단행본 저술의 초점은 ‘무문자 사회의 원시적이며 미개한 생활현장’에서 ‘문자를 지닌 민족의 문명’으로 전환된다. 이 전환의 분기점에 놓인 『조선설화』은 불합리한 미신이 진실로 통용되는 조선을 알려주는 문헌설화집으로 먼저 출판되고 이후 이 책의 일부의 이야기들이 조선민족의 심성과 정신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서에 편제된다. 여기서 게일의 역사기술은 역사와 허구가 분리되지 않은 원본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가정 하의 번역을 통해 원본이 지닌 가치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번역의 과정은 원본의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미개한 조선인’이 제국들의 통국가간 편제 속에서 유통되는 하나의 단위인 종교, 문학, 학문을 지닌 ‘조선민족’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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