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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과 봉합, 혹은 탈주와 저항의 사회극 ―호남 지역 풍물굿 잡색놀음의 사회-문화론적 고찰―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풍물굿은 섣달 그믐날이나 정초의 제사, 일반적으로 초사흗날부터 보름까지 이어졌던 마당밟이의 벽사진경 의식, 두레굿으로 총칭되는 농경의식을 비롯하여 군사놀이 및 축제적 향연과 같은 ‘공공의식’에 두루 걸쳐 있는 공연 양식이다. 또한 풍물굿은 제의적 공연 요소를 비롯하여, 음악⋅무용⋅연희⋅연극적 공연 요소들이 풍물의 타악을 중심으로 두루 종합되어 유기적으로 연행되는 전통적인 집단적 공연문화 양식으로서, 특히 호남 지역에서는 중요한 연극문화 전통을 보유⋅전승하고 있는 공연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풍물굿은 풍물 타악기의 음악적인 흐름과 변화에 의해 공연의 긴장성/공연 구조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잡색놀음을 통해서 공연 집단과 그 공동체에 의미를 투사한다. 다시 말해 풍물굿은 “공공 가치들을 조정하게 만드는 사상⋅신념⋅상징들을 전달하는 문화적 의미의 공장” 즉 공공의식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여 왔는데, 그러한 행동의 주요 표현체가 바로 잡색놀음이었다. 다만, 풍물 타악기의 음악적인 공연 요소가 표현의 층위에서 주도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문화적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이, 다른 전통적인 연극적 공연 양식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풍물굿의 잡색놀음은 농경의례와 관련되어 연행되는 것으로 구조적인 독립성이 미약하고, 양반⋅각시⋅중⋅포수 등으로 분장한 잡색들이 풍물패나 청관중과 같이 다니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즉흥적인 희극적 놀이로 보아왔다. 또 가장성의 특징을 지니나, 가장자인 잡색만으로 공연되지 않고 비가장자인 풍물패나 청관중의 개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특수성이 있으며, 양반 풍자 등의 주제가 있으나 대사가 단편적이고 즉흥적이어서 연극이라 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간주되어 민속극의 범주에서 배제되어왔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광대의 탈놀음, 무당의 굿놀이,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과 함께, ‘농악대의 잡색놀이’를 민속극의 범주에 포함시켜 다루는 연구가 시도되었다. 또한 탈놀음의 분류에 대해서는, 무당의 탈놀이굿을 내림무의 탈놀이굿과 세습무의 탈놀이굿으로 나누고, 탈놀음은 농악대의 탈놀음과 탈광대의 탈놀음으로, 다시 농악대의 탈놀음은 판굿의 잡색탈놀음과 마당밟이의 잡색탈놀음으로, 탈광대의 탈놀음은 토착광대의 탈놀음과 유랑광대의 탈놀음으로 구분한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풍물굿에는 당산굿⋅마당밟이와 같은 제의적인 공연 구조, 예능성이 최고로 표현되는 ‘판굿’ 등과 같은 서로 다른 공연 단위들이 존재한다. 더욱이 이러한 서로 다른 공연 단위들에서 펼쳐지는 잡색들의 연극적 행동은 마당밟이와 판굿에서 그 양식화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판굿에서 잡색들이 벌이는 연극적 행동은 공연의 후반부에 구조화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 정도 공동체의 집단 서사를 반영한 극적 단위로 공연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풍물굿 잡색놀음을 단지 굿의 일부로 미약한 연극성을 가지고 공연되는 탈놀이의 ‘원초적 형태’ 혹은 양식화되지 않은 ‘즉흥촌극’이라고 할 수 없다. 잡색놀음은 마을굿⋅무당굿⋅탈놀이와 같은 굿 문화에서 연원하는 동일 계통의 공연 양식으로 규정될 수 있다. 하지만, 굿 문화에서 양식적으로 분화되는 과정 속에서 풍물굿의 공연 구조로 통합되는 방향을 취했다고 볼 수 있으며, 마을굿 속의 탈놀이 혹은 극놀이, 무당굿 속의 탈놀이 혹은 극놀이, 그리고 탈놀이 등과 구별되는 극적 공연 양식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풍물굿은 호남 지역에서 한편으로 상쇠가 이끄는 풍물잽이들에 의해 공연의 주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그 공연 양식이 정립되는 과정을 밟아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풍물굿이 대동굿의 축제와 놀이를 주도하는 문화적 양식으로 민속적 삶과 사회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잡색놀음은 풍물굿에 종속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풍물굿의 놀이적⋅연극적 성격을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더욱이 호남 풍물굿 잡색놀음은 판굿의 극적인 공연 단위 즉 '일광놀이'와 '도둑잽이' 등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양식성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 일광놀이와 도둑잽이는 전승지역 공동체 집단의 생활세계와 사회-정치적 관계의 구도를 담고 있는 '사회극'적인 공연으로, 독특한 서사-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호남 풍물굿 ‘잡색놀음’의 이러한 특징들은 비록 풍물굿 속에 배치된 극적인 공연 단위라고 할지라도, 굿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전개되어온 연극 전통의 한 표현형 혹은 문화형으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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