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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cal Meaning of 'Double Binding'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분단체제하의 남북 정치는 대결과 긴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남,북한 민중의 삶을 구속해왔다. 그것은 정신병리적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내면화해왔을 뿐 아니라, 나쁜 이데올로기 문화를 전파했다. 그 결과 남,북 민중의 문화는 이념적 대결의 부산물인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부면에서 전면적인 삶의 이질성과 단절의 생태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분단체제는 그 자체로도 반생태적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정신병리적 상태로 억압한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 글은 낮은 단계의 통일시대, 다시 말해 통일이행기의 민중적 삶의 비전에 대한 미학적 해석이다. 해석을 위해 취택한 텍스트들- 가령, <회색인> <김수영> <장마> <파편> <가위밑 음화와 양화><바리데기>-은 분단체제하의 이중구속적 삶이 노정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한 실존의 삶을 지배하고 지속적으로 반생태적 시간 속에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가를 심미적으로 은유해준다. 그 직시를 통해 우리는 분단극복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왜곡되어 왔으며, 이를 정치적 기술로 변질시키고 있는가를 엿볼 수도 있다. 반생태적 삶은 한반도의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민중들의 생태적 왜곡이자 삶의 왜곡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 땅의 평화와 행복은 허구이며 가식일 것이다. 이 글이 분단체제의 현 단계를 문학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원용하고 있는 것은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이중구속’론이다. 분단체제에 대한 이중구속적 해석은 그것이 서구의 논리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 사상과 미학 체계와도 만나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해석의 논리를 제공한다. 최제우가 은적암에서의 피신생활을 접고 경주로 돌아와1863년에 완성한 東經大全의 論學問편, 주문(呪文)에 해당하는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万事知(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는 떼야르 드 샤르뎅의 <<인간현상>>이 주장하는 생명의 영성적 이해와 진화, 즉 우주 진화의 내면에는 의식의 증대가 있고, 진화 외면에는 복잡화의 증가가 있으며, 군집은 개별화한다는 논리와 높은 단계에서 조응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不然其然’이다. 이중부정, 혹은 이중긍정으로 압축되는 이 토픽의 핵심은 위기에 직면한 민중적 삶에 대한 지혜의 주문일 뿐만 아니라, 인간본질에 대한 생명적 이해로 해석된다. 우리는 여기서 최제우의 생태적 비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 유추는 분단시대의 문학해석 작업에 혁신적인 단서와 논리를 제공한다. <<가위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의 ‘나’를 지배하는 것은 전쟁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공포와 광기이다. 캄캄한 밤에 난데없이 들이닥쳐 전짓불로 얼굴을 비추고 남과 북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대 앞에 대면한 한 인간의 심리는 ‘백색의 공포’로 상징되는 분열하는 의식이다. 이 분열한 자아의 내면화가 분단체제가 강고하게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남,북 민중의 생활에 부정적으로 스며있음은 췌언을 요구하지 않는다. 분단체제는 그 자체로 반생태적일 뿐 아니라, 한 실존의 궁극적 행복과 자유로운 삶을 근원적으로 억압하는 심리기제인 것이다. 마침내 연구자는 분단체제의 극복이 남한의 경우 정치적으로 마을 꼬뮨의 생태적 실천에 있음을 적시하고자 한다. 가령, <<회색인>>은 분단체제하에서의 가장 치열한 정치적 문제의식과 높은 단계의 체제분석을 ‘김학’과 ‘독고준’의 논쟁적 대화를 통해 심미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특히 전자를 통하여 우리는 ‘사랑의 원리로서의 공동체’에 대한 맹아를 발견한다. 그 사랑의 원리로서의 공동체가 바로 마을 꼬뮨의 상징적 사례인데, 이를 위해서는 전초적 단계로 <파편>이나 <장마>와 같은 유년기 체험세대의 문학적 성취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전자에서 ‘나’는 삼촌이 전장에서 전리품으로 몸 속에 지니고 있는 금속조각을 통해 삼촌 자체가 내면화하고 있던 이중구속적 삶을 면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후자는 각각 ‘국방군’과 ‘빨치산’의 자식을 둔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사이에 놓인 ‘나’의 눈을 통해 전쟁이 어떻게 한 소년의 일상을 밀고 당기게 되는지를 예리하게 묘파해낸다. 우리는 이를 통해 정신병리적으로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분단체제는 한반도 민중의 삶 속에 깊고 음험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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