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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스릴러 영화의 양상과 현실인식

Publisher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Publication Date

Abstract

5·16 이후 군사정부가 지배하던 1960년대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관계망 속에 한국영화가 어떻게 당대를 의미화하였는지를 살펴본 글이다. 구체적인 논의대상으로 선택한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르 중의 하나이었지만, 당대에도 스릴러는 주된 비평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영화사적 연구에서도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아 왔다. 본고는 스릴러 영화를 역사적으로 맥락화 하고, 이를 통해 서구와는 유다른 한국적 스릴러가 구현되던 방식을 살펴보았다. 스릴러 영화 속에 포획되는 양상에 대해 고찰함과 동시에, 그런 맥락 속에서 한국영화의 60년대적 특수성과 현대성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을 이룬다. 논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스릴러는 본디 도시적 장르이자만, 60년대 한국의 스릴러가 단지 현대화 혹은 산업화와 도시문화의 반영이라는 선에 그치지만은 않는 무언가를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60년대 스릴러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50년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이고 그 의미를 밝힌다. 50년대 영화에서 도시는 한편에선 전후의 빈곤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활기찬 일상으로 포착되긴 했지만,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는 새 시대와 민주주의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표현되곤 했다. 그러나 60년대 스릴러 영화에 재현되는 도시는 전시대와는 차별되는, 그렇기에 유의미한 태도와 분위기를 표출한다. 둘째, 60년대 스릴러 장르가 보여주는 정신병리적 현상에 주목한다. 서구의 스릴러 발전사와는 다르게 스릴러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은 심리스릴러이었다는 특수성을 갖는다. 특히 이들 영화에 등장하여 노골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드러내는 무수한 병리적 주인공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보여주는 비정상성과 병리적 특성, 추상성이 어디서 연원하였으며 어떤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60년대 스릴러에 즐겨 등장하여, 모든 인간적, 윤리적 가치가 무화되는 지경에까지 가보는, 위악으로 가득 찬 수많은 일탈자, 패덕자들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장르적 위치를 밝힌다. 세째, 인과적으로 탄탄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대개의 서구적 스릴러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식 스릴러의 내적인 구조를 탐색한다. 60년대의 일련의 심리 스릴러 영화들은 이전 시대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독백이나 대화의 단절과 같은 내면 지향적 장치의 즐겨 사용하는데, 어쩌면 영화문법에 대한 무지나 미숙함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러한 과잉된 장치가 50년대 영화보다도 더 자주 60년대 스릴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를 고찰한다. 스릴러는 60년대 한국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장르는 아니었지만 이 장르가 당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5·16을 통해 등장한 군부 세력이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인 외자 도입을 바탕으로 공업화·산업화를 향해 치닫기 시작했지만, 서구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뤄진 이 과정을 단시일에 집약적으로 강도 높게 체험하는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산업화 윤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은 다양한 문제를 노정했던 듯하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장르가 스릴러인 셈이다. 절망 속에 좌절하는 젊은이의 허무의식을 추적하고, 독백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소통불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시대가 안고 있는 불안과 불구의 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당대에 대해 도전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60년대 스릴러의 제 형식들은 그 모순의 시대에 영화가 존재하는 한 방식을 엿보게 해준다. 60년대의 스릴러는 도덕이나 규율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가운데 기성 질서 속에서는 충족이 불가능한 억압된 욕망에 출구를 열어준다. 비록 대안적 삶을 창출하지 못하고 타락이나 파멸로 치닫기는 하지만 범죄자 개인과 사회의 이러한 극단적인 불화가 당대로서는 일말의 진정성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60년대 스릴러는 낡은 신화가 무너지고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신화가 없는 혼란기의 생생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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